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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열린 올스타 게임

 

야구는 끊임없이 진화했다. 1933년의 기념비적인 일은 시카고의 코미스키파크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올스타 게임 (AllStar Game)’이다. 당시 시카고 지역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던 아치 워드의 제안으로 올스타 게임이 성사돼, 한동안 올스타전 MVP에게 주는 상을 ‘아치 워드 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첫 올스타 출전 선수는 팬들의 투표와 양 팀 감독 존 맥그로와 코니 맥이 의견을 절충해 선발했다. 첫 올스타전의 영웅은 다름아닌 베이브 루스였다. 루스는 2점 홈런을 터뜨렸고, 신기의 수비를 선보이며 AL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타로 빛난 루스는 영원한 영웅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전역을 휩쓴 대공황의 여파가 야구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러나 1933년은 암울했다. 미국 전역을 휩쓴 대공황의 여파가 야구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 해 메이저리그 관중 수는 608만9031명. 1918년 전쟁으로 일찍 끝나버린 시즌 이래 최저 관중이었다.

1929년에 25개나 되던 마이너리그 숫자도 1933년에는 14개로 줄었다. 대공황의 충격은 상당히 오래갔다. 1935년 꼴찌이던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 같은 팀은 1년 관중이 8만992명에 불과, 게임당 간신히 1000명을 넘기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심각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쇼는 계속 진행됐다. 뉴욕 자이언츠와 워싱턴 세네터스가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했다. 두 팀은 공교롭게도 모두 선수 겸 감독이 이끌며 호성적을 거뒀다.

3할2푼2리를 친 빌 테리 감독이 이끈 자이언츠는 강타자 멜오트(103타점)와 23승에 1.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칼 허벨 투수의 활약에 힘입어 91승61패를 기록하며 피츠버그를 제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AL에서는 유격수이자 감독인 조 크로닌이 지휘한 세네터스가 챔피언에 올랐다. 교타자 헤이니 마누시는 3할3푼6리에 221안타를 기록했고, 올 화이트힐과 알빈 크로더가 각각 20승씩을 거두며 활약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는 1차전 1회에 오트가 홈런을 치며 기선을 제압한 자이언츠의 완승이었다. 오트는 5차전에서도 10회 연장전에 홈런을 터뜨렸다. 1차전 승리 투수였던 허벨은 11회까지 혈전을 벌인 4차전에서도 발군의 피칭으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최종전이 된 5차전에서 세네터스의 쿠바 출신 투수 돌프 루케가 구원 투수로 나서 4이닝을 완벽투로 막았지만 10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서 오트에게 통한의 결승포를 허용, 4승1패로 자이언츠가 정상에 올랐다.

‘개스하우스 갱(Gashouse Gang)’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193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악명도 높았지만 실력도 발군이었다. ‘가스 공장의 갱단’ 이라는 희한한 별명으로 불린 이유는 감독 겸 선수인 프랭키 프리치를 비롯해 레오 드로셔, 페퍼 마틴, 존 메드윅 등 주전 선수들이 난폭한 플레이와 반칙을 서슴지 않았고, 경기 후에는 폭음과 파티 등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들이 빈번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수진에는 ‘디지와 대피’ 라는 발군의 ‘딘 형제’ 가 버티고 있었고, 브랜치 릭키 단장이 구성한 팀은 막강한 실력을 발휘했다.

디지와 대피는 각각 그 해에 30승과 19승으로, 형제 투수가 49승을 챙기는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자이언츠와의 페넌트 레이스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즌 막판 딘 형제는 브루클린 다저스와의 더블헤더에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첫 경기에서 디지가 3안타 완봉승을 거두자 두 번째 경기에서 대피는 노히트노런 경기를 뽐냈다.

그 해 벌어진 제2회 올스타전에서는 역사에 남을 사건이 벌어졌다. 당대 최고의 타자들이 모인 AL 라인업이 선을 보인 것이다. 베이브 루스를 필두로 루 게릭, 지미 폭스, 알 시몬스, 조 크로닌 등은 사실 당대 최고는 물론 MLB 역사상 가장 막강한 라인업을 구성할 정도의 위력을 지닌 AL의 대표 타자들이었다.

그런데 뉴욕 자이언츠의 명투수 칼 허벨은 NL 마운드에 올라이 다섯 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야구가 동양에 전파되다

 

1934년에는 야구가 동양에 확실하게 접목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코니 맥 감독이 베이브 루스와 레프티 고메스, 챨리 게링거, 지미 폭스 등의 당대 스타들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한 것이다. 17번의 경기가 일본에서 벌어졌고, 루스는 4할8리에 13홈런을 터뜨리며 일본 열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2년 후에 일본에는 첫 프로리그가 창설됐다.

그 해 월드시리즈에서는 카디널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만났다. 카디널스는 9월에만 21승7패를 거두며 전년도 챔피언 자이언츠를 두 게임차로 제치고 NL 챔피언에 올랐다. 몇 년간 바닥을 헤매던 타이거스는 전년도 리그 5위에서 일약 AL 챔피언으로 급부상했다. 노장 2루수 게링거와 신인 1루수 행크 그린버그는 도합 266타점을 올렸고, 로우(24승)와 토미 브리지스(22승)가 투수진을 이끌며 노쇠해가는 양키스를 7게임차로 제쳤다.

디트로이트는 5차전까지 3승2패로 앞섰고 6, 7차전 홈구장의 이점까지 안고 있어 우승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6차전에서 카디널스는 대피 딘이 역투한데다 결승타점까지 올리며 4-3으로 승리, 기사회생했다.

7차전은 3회에만 7점을 뽑아낸 카디널스의 독주였다. 그런데 큰 점수차로 앞선 가운데 카디널스조 매드윅은 타이거스 3루수 마브 오웬스에게 발을 높이 들고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을 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쓰레기와 썩은 과일 등이 매드윅에게 날아들 1934년 카디널스 우승의 주역 디지 딘었고, 타이거스 팬들은 거의 폭동 일보 전까지 갔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11-0, 악명 높은 카디널스가 챔피언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딘 형제는 각각 2승씩을 따내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들은 아마도 빅리그 사상 가장 용감한 형제’로 기록될 것이다.

 

살아있는 전설 베이브 루스 은퇴

 

1935년은 미국 야구팬들에게 아주 슬픈 해였다. ‘살아있는 전설’ 베이브 루스가 결국 방망이를 놓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통산 714개의 홈런과 6할9푼의 장타율을 뒤로 하고 베이브 루스는 1935년 시즌 초반에 은퇴했다.

그러나 영웅은 마지막 길에도 전설을 남겼다. 나이 들고 체중이 많이 불어난 루스는 당시 보스턴 브레이브스 소속이었다. 5월 25일 피츠버그의 포비스필드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루스는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