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흑인 선수
또 다른 프로리그(AA) 탄생
1882년 또 다른 프로리그가 탄생했다. 볼티모어와 신시내티, 루이빌,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등에서 참가한 팀들이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AA)‘ 이라는 리그를 새로 만들었다.
AA는 NL과는 다른 마케팅으로 저소득층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단 입장료를 낮췄고, 일요일에도 경기를 펼쳤다. 기독교가 기반인 미국이었기에 일요일은 일하지 않는 날이었고, 종전까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경기를 했다. 그러나 평일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이나 저소득층은 야구를 관전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AA의 일요일 경기는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술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AA는 NL의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고, ‘루이빌 슬러거(Louisville Slugger)’라는 별명이 붙은 피트 브라우닝이 새로운 스타로 탄생했다. 루이빌 슬러거는 후에 가장 유명한 야구 배트 회사의 이름이 돼 오늘날까지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배트를 생산하고 있다.
양대 리그 참피언전 태동
1883년에는 야구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우선 AA와 NL이 분쟁을 멈추고 후에 월드시리즈의 전신이라고 여겨지는 양대 리그 챔피언전을 처음으로 펼쳤다. 그리고 투수가 소프트볼처럼 언더핸드로만 던질 수 있었던 규정을 바꿔 사이드암으로도 피칭할 수 있도록 했다. 2년 뒤에는 오버핸드 피칭도 허용된다.
베이브 루스의 전설이 시작되기 전 최초의 홈런타자는 네드 윌리엄스였다. 시카고 화이트 스타킹스 소속이던 윌리엄스는 1884년에 한 시즌 27개의 홈런을 쳤다. 이 기록은 그 후 30년 이상 깨지지 않았다. 그의 홈런 기록은 당시 시카고 레이크프론트 파크(Lakefront Park)의 우측 담장까지 거리가 76.3m에 지나지 않았던 때문으로 역사적으로는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 팀의 한 시즌 홈런이 10개를 넘기기 힘든 시절이었으니 네드 윌리엄스는 대단한 강타자였음이 분명하다.
최초의 흑인선수 탄생
1947년 재키 로빈슨이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데뷔하면서 흑인에 대한 야구계의 차별의 벽이 무너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는 사실 1884년에 탄생했다. 당시 마이너 노스웨스턴리그의 톨레도 팀이 AA로 편입되면서 소속 선수이던 포수 플릿 워커가 흑인으로는 처음 빅리그 선수가 된 것이다. 그 해 42게임에서 2할6푼3리를 기록한 워커는 그러나 부상으로 방출되고 말았다.
모세스 플릿우트 ‘플릿’ 워커
1878년 오하이오주의 마운트 플레즌트에서 그 지역 최초의 흑인 외과의사였던 아버지 모세스 워커의 아들로 태어난 플릿 워커는 미시간 법대를 다니면서 학교 야구팀 포수로 뛰었다. 1883년 마이너리그인 노스웨스턴리그의 톨레도 블루 스타킹스에서 데뷔한 워커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다.
프로에 입단한 첫해인 1883년 8월 3일 톨레도는 AA의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와 연습 경기를 했는데 후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당대 최고 타자인 캡 앤슨이 “흑인인 워커가 뛰면 경기에 나가지 않겠다” 버텼다. 그러자 톨레도의 챨리 모턴 감독은 “경기를 강행할 것이며 만약 앤슨이 뛰지 않으면 화이트 스타킹스는 기권패를 당할 것” 강력히 주장해 간신히 경기가 진행됐다.
당시만 해도 포수는 아무런 장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맨손으로 투수의 공을 받던 시절이었다. 1884년 톨레도가 AA에 편입되면서 워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그의 동생 월디 워커도 그 시즌에 형의 팀에 들어가 6게임을 뛰었다.
워커는 그러나 부상으로 시즌을 포기해야했는데 방출된 후 재기해 1887년에는 인터내셔널리그의 뉴욕 리틀 자이언츠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조지 스토리와 함께 최초의 흑인 배터리로 활약했다.
그러나 흑인 선수들에 대한 차별이 점점 심해지면서 출전을 금지하는 리그가 늘어났고, 마침내 1889년 아주 슬픈 일이 발생했다. ‘짐 크로 법칙’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흑인 선수들은 빅리그에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1898년에는 아예 흑인들로만 구성된 팀이 아니면 뛸 수 없다는 규정까지 만들면서 미국 주류 야구계에서 흑인 스타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그로부터 무려 60년만인 1947년이 되서야 재키 로빈슨이라는 흑인 선수가 다시 메이저리그의 녹색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
반 강제로 은퇴한 워커는 1891년 뉴욕 주 시라큐스에서 백인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던 중 칼을 휘둘러 패트릭 머레이라는 백인 청년이 숨지는 사건에 연루됐다. 2급살인 혐의로 수감된 워커는 정당방위를 주장했고,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그 후 인권운동에 뛰어든 워커는 미국 내 흑인들에 대한 차별행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모든 흑인들이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예상대로 미국 내 인종차별은 가속화됐고, 겉으로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오늘날까지도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행위는 미국에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최초의 선수 모임 결성(프로야구선수조합)
1880년대 최강팀은 NL의 시카고 화이트 스타킹스였다. 1880년부터 1986년까지 7년간 화이트 스타킹스는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영원한 3할 타자이며, 심판들과 끝없이 말썽을 일으켰던 캡 앤선과 타점왕이자 슬라이딩의 선구자라는 도루왕 킹 켈리가 최강팀의 주역이었다.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던 켈리의 인기는 하늘을 찔러 그의 슬라이딩 기술을 칭송하는 ‘슬라이드, 켈리, 슬라이드!’ 라는 히트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1887년 시카고는 최고 스타인 켈리를 1만 달러에 보스턴에 매각했다.
같은 해 뉴욕 자이언츠의 유격수 존 워드를 중심으로 최초의 선수 모임이 결성됐다. ‘프로야구선수조합(Brotherhood of Professional Base Ball Players)’의 리더인 워드는 <리핀코트>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야구선수들이 노예인가?”라며 1879년에 생긴 ‘보존법칙(reserve rule)’ 이라는 규정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1970년대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고용주의 횡포가 거의 100년 가까이 계속된 것이다.
볼넷 규정
볼넷 규정 도입
1889년에는 아주 중요한 규정 하나가 확정됐다. 그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볼 네 개를 얻으면 걸어 나간다’는 규정이 도입된 것이다. 그 전 해까지는 3볼, 5, 6, 7볼, 그리고 심지어는 9볼이 적용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볼 4개를 골라내면 걸어 나가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면서 오늘날까지 적용되는 볼넷 규정이 도입됐다.
플레이어스리스(PL) 탄생
1890년에는 선수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존 워드가 이끄는 BPBBP 멤버들이 모두 팀에서 탈퇴, 플레이어스리그(PL)라는 새로운 리그를 만들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 PL은 선수들과 투자자들이 이익을 똑같이 분배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NLL과 AA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통제하는 보존법칙의 적용을 거부해도 된다’며 플레이어스리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PL은 초창기에 팬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NL 구단주들의 고문 역할을 맡았던 알 스팔딩이 PL 투자자들을 모두 매수하면서 창립 1년 만에 파산했다.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다저스라는 팀의 별명이 탄생한 것은 1891년으로 NL 소속인 브룩클린 팀이 이스턴 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그 구장의 인근에는 전차 철로가 어지러울 정도로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그 팀은 ‘트롤리 다저스(Trolley Dodgers)’라는 별명으로 불리다가 얼마후 다저스라고 줄인 별명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플레이어스리그는 생긴지 1년 만에 파산했지만 그 여파로 AA(American Association)의 인기가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1892년 AA 역시 파산하고 말았다. AA가 파산하면서 AA소속 네 팀이 NL에 합류했다.
이렇게 총 12팀으로 이루어진 단일 메이저리그가 형성되면서 미국 프로야구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규정 등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프로야구의 첫 전성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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