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사상 최초의 공식 경기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날
1846년 6월 19일은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바로 이날 최초의 야구팀인 ‘뉴욕 니커보커스’가 ‘뉴욕 나인 클럽’과 사상 최초의 공식 경기를 벌였다. 뉴욕 주 바로 옆 뉴저지 주 호보켄에 있는 개인 소유 공원 엘리시안필즈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서 뉴욕 나인은 욕을 했다는 이유로 6센트의 벌금을 물기는 했지만 23-1로 대승을 거뒀다.
야구는 신사의 스포츠
1853년 니커보커스는 뉴욕 나인의 후예인 뉴욕 고담스에 2연승을 거두면서 1846년의 패배를 설욕했다. 니커보커스의 철저한 아마추어 정신과 경기 후 벌이는 풍성한 만찬은 뉴욕 지역에 새로 생겨난 수많은 야구팀의 귀감이 됐다. 당시만 해도 야구는 ‘신사(gentleman) 스포츠’ 였다.
야구는 점점 대중 스포츠이자 흥행 스포츠로도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1858년에는 뉴욕과 브루클린의 올스타들이 격돌했는데, 경마장인 ‘패션 레이스 코스’에서 벌어진 3연전에는 사상 최초로 수천 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이 시리즈는 뉴욕 올스타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때부터 야구의 인기와 실력은 브루클린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LA다저스의 고향인 브루클린이 야구의 중심지로 번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초의 야구 전문기자 탄생
야구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하면서 관련 단체들도 생겨났다. 전국야구선수연맹(National Association of Base Ball Player)이라는 단체가 처음 결성된 것도 1858년이었다. 이들은 니커보커스의 규정을 수정해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민주적인 스포츠로 발전시켰다. 굵은 삼베로 짠 캔버스 베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9이닝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그 후 몇 년 사이에 스트라이크와 볼의 개념이 도입됐고, 야수가 플라이 볼을 그대로 잡을 경우 아웃으로 인정됐다. 그렇지만 팀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니커보커스의 신사도는 점차 퇴색하기 시작했다.
1858년에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최초의 야구 전문기자가 탄생한 것도 1858년이다. <뉴욕 클리퍼스>라는 주간지의 영국 출신 이민자 헨리 채드윅이 그 주인공으로, 그는 후에 ‘야구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야구 관련 서적을 저술했고 NABBP 규정위원회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헨리 채드윅
1824년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온 채드윅은 최초의 야구 전문기자이자, 야구 통계학자면서 또한 역사가였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야구가 오늘날의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비들 베이스볼 플레이어’ 라는 사상 최초로 일반 팬들을 위한 야구 가이드북을 저술했으며, 야구 통계와 스포츠 저널리즘을 적절히 섞은 ‘스팔딩&리치’라는 가이드북을 매년 출간했다.
1867년에는 워싱턴 D.C. 에 위치한 내셔널 베이스볼 클럽의 전국 투어에 공식기록원으로 참가해 야구사를 정리했으며, 1874년에는 유사한 영국 야구 투어를 기획하기도 했다.
강직한 성품이었던 채드윅은 야구가 술과 도박에 악영향을 받는 것을 막으려는 기사와 칼럼으로 유명했고, 친분이 두터웠음에도 불구하고 스팔딩이 애브너 더블데이를 야구의 창시자로 만들려는 의도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해드웍은 84세를 일기로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사망했는데 그의 묘비에는 ‘Father Of Baseball’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야구 사상 최초의 스타
야구 사상 최초의 스타는 브루클린 익설시어스의 19세짜리 투수 제임스 클레이턴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의 소프트볼처럼 투수들은 언더핸드로만 던져야한다는 것이 규정이었는데 클레이턴은 손목의 스냅을 이용한 라이징 패스트볼과 놀라운 스피드로 당대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타격도 발군이던 클레이턴을 앞세운익설시어스는 미국 동북부를 순회하면서 지역 팀들을 차례로 격파, 최강팀의 위세를 떨쳤다.
최초의 프로 스포츠화 사건
1862년도 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윌리엄 가메이어라는 사람이 브루클린에 최초로 야구전용구장을 건립해 10센트의 입장료를 받고 관중들을 입장시킨 것이다. 야구가 처음으로 프로 스포츠화한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야구장 외야에 펜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구를 오늘날의 흥미진진하고 찌릿한 스포츠로 이끈 ‘홈런‘ 이라는 규정이 처음 도입된 것이다. 만약 홈런이 없었더라면 과연 야구가 오늘날의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야구장에 외야 펜스를 만든 것은 우연한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남북전쟁 당시 유명 사진작가이던 매튜 브래디가 찍은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 팀 사진
오늘날의 최고 인기 스포츠 중에 하나로 성장하는데 대단히 큰 힘이 됐다.
1865년에는 남북전쟁이 발발하며 대부분의 야구팀들이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비록 공식적인 야구 경기는 중단됐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북동부 출신의 병사들에 의해 서부와 남부 사람들에게까지 야구가 전파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전쟁의 끔찍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야구라는 새로운 스포츠가 미국 전역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야구는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다. 1869년 헨리 라이트는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 라는 최초의 직업 야구팀을 결성하고 자신이 감독이 됐다. 라이트는 선수들에게 연봉제를 도입했고, 전국 올스타들을 총 망라한 최강팀을 결성했다. 팀의 핵심 선수는 라이트 감독의 친 동생인 조지 라이트였는데, 처음으로 유격수(shortstop)라는 포지션이 도입된 것이 바로 조지 라이트부터였다. 그전까지는 내야수 3명에 중견수가 앞으로 전진 수비를 하는 형태였는데 내야수가 4명으로 늘어난 것이 바로 동생 라이트의 아이디어였다.
레드 스타킹스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57연승의 기록을 세우다가 1869년 브루클린 애틀란틱스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그 후 팀은 해체됐는데 니커보커스의 아마추어리즘과 신사도는 레드스타킹스로 인해 완전히 퇴색했다. 오로지 승리를 위한 속임수와 폭력행사 등 ‘더티(duty) 플레이’가 야구계에 넘치기 시작했다.
최초의 프로리그 탄생
내셔널 어소시에이션(NA) 결성
1871년에는 드디어 최초의 프로리그가 탄생했다. 미국 전역의 강팀들이 3월 17일 성(聖) 패트릭 기념일에 뉴욕에 모여 ‘내셔널 어소시에이션(NA)’을 결성했다. 미국 전역이라고 하지만 미국 북동부 지역의 팀들이 전부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의 서쪽 끝이 지금은 딱 미 대륙 중간쯤인 세인트루이스 정도로 여겨질 때였다.
NA에 참가한 도시는 뉴욕과 브루클린, 인디애나 주의 포트웨인, 필라델피아, 보스턴, 워싱턴, 시카고, 클리블랜드, 뉴욕 주 트로이, 일리노이 주 록포드 등 총 10개였다. 그 중에 보스턴 팀은 헨리 라이트를 감독으로 영입하고 레드 스타킹스라는 별명도 함께 도입했다. 보스턴 레드 스타킹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신이지만 결국 그 별명은 남아 오늘날 보스턴 ‘레드삭스’ 로 이어진다.
1875년에는 최초로 글러브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선수들은 맨손으로 플레이를 했다. 당시의 글러브라야 패드가 전혀 안된 약간 두터운 일반 장갑 정도였고 때론 양손에 글러브를 끼기도 했는데, 근대 야구에서 사용되는 글러브의 효시가 된 것은 물론이다.
알 스팔딩
1878년 당대 최고의 투수이던 알 스팔딩이 27세에 은퇴를 선언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언더핸드 투수인 스팔딩은 NA에서 205승, NL에서 48승 등 총 253승을 거뒀는데, 타자로도 3할2푼5리를 기록한 뛰어난 스포츠맨이었다.
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현 시카고 커브스의 전신)에서 은퇴 후 구단주가 됐고 또 대규모 스포츠 용품사를 설립, 1915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야구계의 큰 손으로 군림했다.
스팔딩은 1888년부터 2년간 올스타팀을 이끌고 전 세계를 돌며 야구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의 회사인 스팔딩사의 상품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당시 하와이를 거쳐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스리루카, 이집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을 거치는 대장정이었다.
야구가 영국의 크리켓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나온 1905년 팔딩은 위원회를 설치하고 3년간의 조사 끝에 1907년 12월 3일 뉴욕 주 쿠퍼스타운의 애브너 더블데이가 야구를 발명했먹고 발표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발표는 잘못됐다는 것이 대세다.
그의 이름을 딴 스팔딩사는 요즘 야구뿐 아니라 각종 스포초용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다른 프로리그(NL) 탄생
NA에 맞서 또 다른 야구 리그가 탄생한 것은 1876년이다. 시카고 팀의 구단주 윌리엄 헐버트는 헨리 라이트 감독과 스타 투수인 알 스팔딩을 영입하고 8팀으로 구성된 ‘내셔널리그 (National League)‘를 결성했다. 참가 범위가 약간 넓어져 세인트루이스와 하트포드, 보스턴, 루이빌, 뉴욕, 필라델피아, 신시내티 등이 참가했다.
강력한 집행력을 지닌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부패를 방지하고 선수들의 트레이드와 연봉 등을 통제하면서 NL은 갈수록 번창한데 비해 오히려 먼저 시작된 NA는 쇠락하고 말았다.
NL은 1879년 ‘보존법칙(reserve rule)’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선수의 이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 규정은 자기 팀의 선수를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제도로 심지어는 계약이 끝난 선수도 임의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불가능해졌다. 과장되게 말하면 노예계약이나 마찬가지인 이 규정은 1970년대까지 적용되다가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탄생하며 사라졌으니 미국 야구계에는 100년 넘게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가 횡포를 부렸던 샘이다.
참조: 메이저리그 원년